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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 가이드] 프랑스 작곡가들의 교향시 (신원주) 2010.07.07

Guide for Beginners 관현악 콘서트 100배 즐기기 (25)

 

프랑스 작곡가들의 교향시

프랑스, 음악적 묘사와 표현의 깊은 전통을 가지다

 

글 _신원주 음악 칼럼니스트

지난달까지 리스트에서 출발한 교향시가 주로 민족주의자들에게 주목받고 R.슈트라우스의 손에서 궁극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번 달에는 교향시 장르에서 또 하나의 큰 흐름을 형성했던 프랑스로 눈길을 돌려보기로 하자.

교향시의 창시자인 리스트와 완성자인 R.슈트라우스는 모두 독일어권의 작곡가들이었지만, 정작 독일에서는 교향시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교향시가 유행했던 19세기 후반,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바그너의 악극 진영과 브람스의 절대음악 진영이 양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알렉산더 리터, 후고 볼프, 아르놀트 쇤베르크 등이 교향시를 발표하기는 했지만, 그것들은 R.슈트라우스의 작품들만큼 주목받지 못했다. 다만, 원래는 실내악곡이지만 종종 오케스트라 편성으로도 연주되는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 정도가 예외랄까.
반면 예로부터 정치적·문화적으로 독일과 대척점에 놓여 있던 프랑스에서는 교향시가 인기 장르로 주목받았다. 이것은 다소 의외의 일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프랑스는 음악 외적인 이미지나 스토리를 음악으로 묘사하고 표현하는 분야에 관한 한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뿌리 깊은 전통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 그 단적인 예로 ‘표제 교향곡’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자. 그런 작품이 아무런 맥락 없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니었으리라.
프랑스에서 교향시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870년대부터였는데, 그 주역은 ‘국민음악 협회’ 출신의 작곡가들이었다. ‘국민음악 협회(Socie´te´ Nationale de Musique)’는 프랑스 음악의 증진과 젊은 음악가들의 육성 및 발굴을 위하여 1871년에 결성되었다. 그들은 당시 성악과 오페라 위주로 돌아가던 프랑스 음악계에 기악음악의 새 바람을 일으켰는데, 그런 활동의 중심축으로 교향시를 선택했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롭고도 의미심장하다. 로맹 뷔신과 카미유 생상스의 주도로 탄생한 이 음악협회에 몸담았던 인물들로 세자르 프랑크, 쥘 마스네, 가브리엘 포레, 앙리 뒤파르크, 뱅상 댕디, 에르네 쇼송, 클로드 드뷔시, 모리스 라벨 등이 있는데, 이들 가운데 교향시의 대표주자는 생상스와 프랑크였다.

 

프랑스 교향시의 양대 거장, 생상스와 프랑크
<동물의 사육제>로 친숙한 생상스(Camille Saint-Sae··ns, 1835-1921)는 19세기 후반의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작곡가의 한 사람으로 관현악, 실내악, 독주곡, 오페라 등 서양음악의 거의 모든 장르에 걸친 창작활동을 했다. 교향시는 4편을 남겼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1874년 작 <죽음의 무도>이다.
<죽음의 무도>는 생상스가 앙리 카잘리스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작품으로, 우리에게는 김연아 선수가 경기에서 사용했던 음악으로 친숙하다. 이 곡은 한밤중의 묘지에 해골이 나타나 춤을 추는 기괴한 광경을 묘사한 것으로, 밤이 깊었음을 알리는 시계 소리와 더불어 해골이 나타나서 춤을 추다가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와 함께 다시 정적으로 돌아간다는 다분히 상투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비록 구성적으로는 단순하지만, 그 속에서 회화적·시적 분위기를 연출해낸 솜씨가 돋보이고, 무엇보다 무척 생생한 느낌을 안겨주는 관현악법이 아주 멋지다.
이 밖에도 생상스는 <옹팔의 물레>(1872), <파에톤>(1875), <헤라클레스의 청춘>(1877)과 같이 신화에 기초한 교향시들을 작곡했고, <스파르타쿠스>(1863)라는 연주회용 서곡도 남겼다.
보통 관현악 애호가들에게 프랑크(Ce´sar Franck, 1822-1890)는 진중한 <교향곡 d단조>의 작곡자 정도로만 알려졌지만, 사실 그가 교향곡보다 더 비중을 두었던 분야는 바로 교향시였다. 그의 교향시들은 형식 면에서 한층 다채로운데, 그중에는 순수 관현악을 위한 작품들은 물론이고, 관현악에 소프라노 독창과 혼성합창이 가세한 <속죄>(1871),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귀신>(1884), 관현악과 합창이 함께하는 <프시케>(1888) 등도 있다.
프랑크의 교향시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저주받은 사냥꾼>(1882)이다. 이 곡은 독일의 시인 뷔르거의 발라드에 기초한 것으로, 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교회를 모독하며 만행을 일삼던 어느 귀족이 영원히 지옥에서 사냥해야 하는 저주를 받게 된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과도 비슷한 운명에 처한 이 사악한 사냥꾼의 이야기를, 프랑크는 다소 소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음악으로 충실히 묘사했다.
프랑크의 다른 교향시 중에서는 <교향곡 d단조>와 더불어 원숙기의 걸작으로 꼽히는 <프시케>가 특히 돋보인다. 이것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로스와 프시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3부 6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혼성합창이 가세하며 전곡 연주에 약 50분이 걸리는 대작이다. 다만,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와는 곡의 내용이 다소 다르고, 너무 길어서 ‘프시케의 잠’, ‘에로스의 정원’, ‘프시케와 에로스’ 등 일부만 따로 떼어 연주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프랑크의 다른 작품들, 예를 들어 <교향곡 d단조>와 같이 무겁거나 답답한 느낌 없이 남유럽적인 화사하고 유려한 분위기가 지배하는 음악이며, 특히 ‘프시케와 에로스’에서 두드러지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탐미적인 색채가 일품이다.

한편, 댕디, 뒤파르크, 쇼송 등도 프랑스에서 교향시 내지는 교향시적인 작품을 배출한 대표적인 작곡가들이다. R.슈트라우스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처음에 ‘단악장의 표제 관현악곡’에서 출발했던 교향시의 개념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확장되었다. 따라서 굳이 ‘교향시’라는 용어를 곧이곧대로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교향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거나 그에 상당하는 형식과 내용을 갖춘 관현악곡들은 넓은 견지에서 교향시의 범주에 포함된다.
유명한 <마법사의 도제>에 작곡가 뒤카스가 붙인 부제는 ‘괴테의 발라드에 따른 스케르초’였다. 하지만, 이 작품도 음악 외적인 스토리를 일정한 형식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교향시에 해당한다. 아직은 미숙한 마법사의 도제가 스승이 외출한 사이 제멋대로 주문을 걸었다가 봉변을 당한다는 내용의 이 교향시는 음악만 들어도 재미있지만, 미키마우스가 도제역을 맡은 월트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와 함께 즐기면 더욱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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