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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지젤 벤도르 (이창송) 2010.07.07

Cover Story 지젤 벤도르

 

글_이창송 음악 칼럼니스트

 

성시연, 시앤 장 등 젊고 뛰어난 여성 지휘자들을 초대하여 알리는 것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서울시향이 이번에도 또 한 명의 실력파 여성 지휘자와 함께한다. 바로 지젤 벤도르라고 하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지휘자이다. 연배로 보면 시앤 장, 성시연보다 많은 나이이고, 앞의 두 사람에 비해서 두각을 나타낸 시기도 빠르다. 그녀는 여성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지휘 천재로 일찌감치 존재를 알렸으며, 그러한 그녀를 소개하는 데 앞장섰던 지휘자가 바로 지금은 고인이 된 거장 레너드 번스타인이다.

다양한 학습을 통해 프로 지휘자가 되다
지젤 벤도르는 요즘 음악계에서 그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남미 우루과이 출신이다. 대부분의 남미 출신 음악가가 그러한 것처럼 그녀 역시 유럽에서 이주한 집안에서 태어났다(폴란드계). 벤도르의 음악 인생에서 최대의 반전은 거장 레너드 번스타인을 만난 것이었다. ‘남미 출신의 여성’이라는, 어떻게 보면 지휘로 성공하기에 매우 불리한 음악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녀는 레너드 번스타인이라는 당시 ‘지휘계의 신’을 운명적으로 만나면서 음악 외적 핸디캡을 상당수 떨쳐버릴 수 있었다. 번스타인은 벤도르가 가진 음악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음악 외적 핸디캡으로부터 해방해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번스타인을 만나면서 그녀의 음악적 모국은 남미에 다른 두 나라를 더 추가한다. 바로 이스라엘과 미국이다. 번스타인에 의해 미국의 탱글우드 페스티벌에 처음 10대의 나이로 소개된 벤도르는 번스타인과 관련이 깊은 또 하나의 나라인 이스라엘에서 지휘 교육을 깊이 있게 받는다. 바로 루빈 음악원과 텔아비브 대학에서의 경험이다. 이어서 미국으로 옮겨 예일 음악원을 졸업했으며,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으로 다시 건너가 유명한 지휘 선생인 이스라엘 출신의 멘디 로단(Mendi Rodan)을 사사하게 된다. 번스타인과 로단의 후원과 또 한 명의 거장이 그녀의 지휘자로서 화려한 데뷔를 결정적으로 돕게 되는데 바로 주빈 메타(Zubin Mehta)였다. 당시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였던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음악 감독이었던 주빈 메타는 이스라엘 필과 함께 젊고 유망한 지휘자들을 발굴하는 마스터클래스를 가지고 있었는데, 벤도르가 바로 이 마스터클래스의 대상자 중의 한 명으로 선정된 것이었다. 그녀는 이 마스터클래스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지휘하여 큰 화제를 일으켰다. 중요한 무대에서의 성공적인 데뷔 덕에 그녀는 계속해서 이스라엘 필의 객원 지휘자로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스라엘 필에서의 성공과 더불어 미국 루이즈빌 심포니의 음악감독으로 초대되었으며, 더불어 메이저 포스트였던 휴스턴 심포니의 상주 지휘자 겸 부지휘자로 크리스토프 에셴바흐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녀의 미국에서 지휘 경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1992년부터 거의 10년간 지속한 뉴욕 필하모닉의 부지휘자로서의 역할이었다. 이 시기는 독일 출신의 마에스트로 쿠르트 마주어가 음악 감독으로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녀는 전통적인 독일 레퍼토리에 대한 심도 있는 학습을 할 수 있었으며, 최고의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경험을 축적하면서 지휘자로서의 역량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뉴욕 필 부지휘자 시절은 그녀를 진정으로 완성된 프로 지휘자로 만들어준 시기였던 것이다.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객원 지휘
뉴욕 필하모닉에서의 부지휘자 경험(1992~2002)이 프로 지휘자로서의 트레이닝을 도와 준 것이었다면, 같은 시기의 산타바바라 심포니에서의 음악 감독 경험(1994~2006)은 프로 지휘자로서의 역량을 시험해보는 무대였다. 사실 그녀의 미국에서의 명성은 산타바바라 심포니에서의 맹활약 덕택이었다. 미국 내에서 최고의 오케스트라 범주에 들기에는 부족했던 산타바바라 심포니를 미국 서부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의 오케스트라 중의 하나로 그 명성을 업그레이드 시켰던 것이었다. 이스라엘 필, 뉴욕 필, 그리고 산타바바라 심포니 등의 큰 경험들을 통해 지젤 벤도르는 실력 있는 중견 지휘자로서의 커리어의 무게 중심을 확실하게 잡았으며, 세계 정상의 묵직한 포스트들로부터 끊임없이 초대받는 인기 지휘자가 되었다. 최근의 지젤 벤도르는 보스턴 프로아르테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산타바바라 심포니의 명예 음악감독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으며, 상주 포스트 쪽보다는 유수의 오케스트라의 객원 지휘 쪽에 보다 무게를 두고 큰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시향에 2년전 데뷔하여 탱고 음악을 선보였고 지젤 벤도르는 그녀가 장기로 하는 히나스테라 등의 남미 작곡가들의 음악 없이, 다소 전통적인 작품들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탄생 200주년을 맞는 두 명의 낭만주의 작곡가, 쇼팽과 슈만의 작품을 떠오르는 피아니스트인 니노 그베타제와 함께 연주하며, 드보르자크와 멘델스존의 작품들을 프로그램의 처음과 끝에 배치했다. 특히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 ‘이탈리아’는 벤도르의 지휘자로서의 역량을 잘 파악해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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