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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플릿 1] 명 협주곡 시리즈 II 2010.07.07

Program Note 1 명 협주곡 시리즈 Ⅱ

열정, 그리고 여행의 풍경을 담다

 

글 _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보헤미아 숲에서 취하는 여유

드보르자크(1841-1904) : 스케르초 카프리치오소, Op.66 (1883)_ 이 곡의 성격은 제목에 잘 드러나 있다. 보통 ‘해학곡’으로 번역되는 ‘스케르초(scherzo)’는 원래 장난과 농담의 기분을 담은 쾌활한 악곡을 가리킨다. 그리고 그 뒤에 붙은 수식어 ‘카프리치오소(capriccioso)’는 ‘들뜬 기분의’, ‘변덕스러운’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드보르자크가 1883년에 작곡한 이 이색적인 관현악곡은 그의 여유로운 유희와 애정 어린 시선을 담는 듯하다. 당시 그는 작곡가로서 승승장구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굳혀가고 있었으며, 음악에서 고향인 보헤미아의 향토색을 자연스럽고 매력적으로 드러내는 완숙기에 도달해 있었다. 이 쾌청한 곡에서도 보헤미아 숲의 정취와 ‘슬라브 춤곡’을 환기시키는 토속적 리듬, 그리고 매혹적인 선율과 소탈한 정서가 드보르자크 특유의 친근한 얼굴을 하고 다가오는 느낌이다. <연주시간 : 약 12분>

 

열정과 시정이 교차하는 청년 쇼팽의 초상

쇼팽(1810-1849) : 피아노 협주곡 제2번 f단조, Op.21 (1829-1830)_ 이 곡은 쇼팽의 첫 번째 협주곡이다. 그러나 출판이 늦어진 관계로 1년 후에 작곡된 <피아노 협주곡 제1번 e단조>와 번호가 뒤바뀌었다. 쇼팽이 이 협주곡을 작곡한 것은 1829년 여름에 빈에서 피아니스트로 데뷔하여 호평을 받고 나서 바르샤바로 돌아온 직후의 일이었다. 당시에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떨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작곡한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에, 이 협주곡은 젊은 예술가 쇼팽이 세상을 향해 품었던 포부를 엿보게 해준다고 하겠다.
‘마에스토소(장엄하게)’로 지시된 제1악장은 우아하면서도 우수 어린 표정과 극적인 흐름을 지니고 있다. 제1주제는 바이올린 파트에서, 제2주제는 오보에로 제시되며, 피아노의 화려한 움직임과 관현악의 긴장감 넘치는 뒷받침이 돋보인다. 이 곡이 바르샤바에서 공개초연 되었을 때 이 악장이 끝나고 나서 박수가 터져 나왔는데, 그에 대해서 쇼팽은 “대중이 진지한 음악을 어떻게 음미해야 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2악장은 청년 쇼팽의 순수한 시정이 깊이 있게 표현된 완서 악장으로, 일종의 ‘야상곡’이다. 이 악장에 대해서 쇼팽은 친구 티투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있다. “슬프게도 난 내 이상형을 발견했지. 최근 반년 동안 매일 밤 그녀의 꿈을 꾸었지만, 난 아직도 그녀에게 단 한 마디도 건네지 못했어. 그리고 그녀를 그리워하면서 협주곡의 아다지오(=라르게토) 악장을 작곡했지.” 그가 바르샤바 음악원 시절에 연모했던 여인, 콘스탄차 그와 트코프스카의 이미지가 새겨진 이 악장은 짝사랑에 빠진 감수성 예민한 젊은이의 환상과 번뇌로 점철된 듯하다.
제3악장은 곡 전체가 마주르카 풍의 리듬을 가진 여러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마주르카는 3박자 리듬에 기초한 폴란드의 민속무곡으로, 쇼팽이 평생 마주르카에 각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은 유명하다. 이 악장은 제1악장에서의 우아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은근히 토속적인 느낌이 들며, 중간부의 스케르찬도에서는 유머러스한 느낌도 자아낸다. <연주시간 : 약 35분>

 

원숙기에 불태운 새로운 열정

슈만(1810-1856) : 서주와 알레그로 아파쇼나토 G장조, Op.92 (1849)_ 이 <서주와 알레그로 아파쇼나토>는 슈만이 한동안의 침체기에서 벗어나 다시 한 번 폭발적인 창작력을 발휘했던 1849년에 드레스덴에서 작곡되어, 그 이듬해 라이프치히의 게반트하우스에서 클라라 슈만의 독주로 초연되었다.
곡은 ‘느리게(langsam)’로 지시된 서주와 알레그로의 주부로 구성되어 있다. G장조의 서주는 파도처럼 움직이는 피아노의 아르페지오 위에서 클라리넷과 호른이 펼쳐내는 그윽한 선율로 시작되어 한가롭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다가 점차 열기와 긴장감을 더해 a단조로 마무리된다. 소나타 형식의 주부는 e단조로 출발하며 제목(‘아파쇼나토(appassionato)’)에 암시된 대로 매우 정열적이다. 전편에 걸쳐 슈만 특유의 변화무쌍한 전개와 환상적인 색채, 낭만적인 호흡이 돋보이는 작품이며, 호른이 인상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부분은 같은 해에 작곡된 <4대의 호른을 위한 콘체르트슈튀크(Op.86)>를 떠올리게 한다. <연주시간 : 약 15분>

 

‘음의 풍경화가’의 이탈리아 스케치

멘델스존(1809-1847) : 교향곡 제4번 A장조, Op.90 ‘이탈리아’ (1833)_ 19세기의 ‘르네상스 맨’이었던 멘델스존은 여행을 즐겼던 것으로도 유명한데, 1830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이탈리아 각지를 돌아보았다. 일명 ‘이탈리아 교향곡’으로 불리는 그의 <교향곡 제4번 A장조>는 그 이탈리아 여행의 소산으로서 영국 런던의 필하모니 협회의 위촉에 맞추어 베를린에서 완성되었고, 1833년 3월 런던에서 초연된 이래 그의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교향곡이 되었다.
멘델스존은 이 작품에서 이탈리아의 자연과 예술뿐 아니라 그곳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개인적 접촉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인상을 집약하려고 시도했다. 따라서 이 곡의 모든 악장은 북부독일에서 자란 ‘음의 풍경화가’가 처음 마주한 ‘이탈리아’라는 신세계에서 받았던 강렬한 인상과 그 대표적인 이미지들을 반영하고 있다.
제1악장의 화사한 색채와 활기찬 리듬은 마치 이탈리아의 자연환경과 분위기를 우리 눈앞에 펼쳐보이는 듯하다. 강렬한 악센트와 경쾌한 리듬으로 출발하는 부분은 그 눈 부신 태양 아래 빛나는 바다와 대지를 환기시키며, 다소 수선스럽게 들리는 악기들의 움직임은 이탈리아 사람들의 기질을 나타내는 듯하다.
제2악장은 앞선 악장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의 진중한 행진곡인데, 멘델스존이 나폴리에 만났던 종교적 행렬에서 착상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자연과 문화의 나라’인 동시에 ‘종교의 나라’이기도 한 이탈리아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악장이라고 하겠다.
제3악장은 빈(Wien)적인 향취를 풍기는 미뉴에트 풍의 스케르초로, 괴테의 시 ‘릴리의 공원’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 멘델스존과 노년의 괴테 사이의 우정은 유명한데, 아마도 멘델스존은 괴테에게서 이탈리아에 관한 이야기를 듣지 않았을까?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춤곡풍의 주부와 목관과 현이 오묘한 대화를 나누는 트리오로 이루어진 재미난 악장이다.
제4악장은 ‘살타렐로(saltarello)’와 ‘타란텔라(tarantella)’가 결합한 맹렬한 춤곡이다. 살타렐로와 타란텔라는 모두 이탈리아의 민속무곡으로 전자는 로마 지방에서, 후자는 나폴리 지방에서 유래했다.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악상을 단조로 처리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 흥미진진한 악장이다. <연주시간 : 약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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