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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서울시향 유럽투어 2010.07.07

REPORT 서울시향 유럽투어

 

서울시향, 클래식 음악의 중심에 서다

 

“한국에서 온 월드 클래스 오케스트라가 드뷔시와 브람스를 완벽하게 연주하다.”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가 쓴 리뷰의 제목이다. 2010년 6월 2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공연. ‘세계 정상급 교향악단’을 목표로 2005년 6월 1일 법인으로 출범한 지 딱 5년 만이다.

 

정교한 앙상블로 클래식 본 고장을 매혹시키다
서울시향이 유럽 4개국 9개 도시 순회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지난 5월 26일 인천공항을 떠나, 이탈리아 3개 도시, 독일 3개 도시를 거쳐 체코 프라하와 러시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 6월 13일 돌아왔다. 이탈리아 북부 3개 도시인 브레시아, 베르가모, 볼로냐에서 미켈란젤리 페스티벌과 볼로냐 페스티벌에 출연했고, 세계 클래식 음악의 중심인 베를린의 콘체르트하우스의 무대에 섰다. 뒤셀도르프의 슈만 페스티벌, 에센의 진은숙 상임작곡가 시리즈에 곧바로 이어 프라하의 대표적인 공연장 루돌피눔의 드보르자크 홀에서 공연을 가졌다. 6월 8일에는 러시아의 날을 기념하는 모스크바 ‘월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축제’에, 그리고 11일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백야의 별 페스티벌’에 출연했다.

 

이번 투어의 성과는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서울시향이 유럽 무대에서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다. 일반 관객이나 교민들의 평가가 아니라, 주요 언론의 리뷰어들이 좋은 평가를 쏟아냈다.
첫 번째 공연인 이탈리아 브레시아 현지 언론인 <Bresciaoggi>(oggi는 이탈리아어로 오늘이라는 뜻)는 “한국에서 온 훌륭한 음악 : 서울시향이 관객을 매혹시키다”라는 제목 아래 ‘지난 저녁의 연주는 매진되었고, 기억할 만한 연주로 박수를 받았다. 매우 안정적인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지휘로, 서울시향은 매우 기술적으로 어려운 레퍼토리를 연주했다. (…) 관객에게, 특히 전반부는 어려운 곡목인 것도 사실이었지만, 기억에 남을 연주였다.’라고 썼다. 아무래도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생황 협주곡은 이탈리아에선 생소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드뷔시와 라벨은 절찬을 받았고, 정명훈 예술감독의 현명한 앙코르 선곡(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은 그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또 다른 브레시아 언론인 <Giornale di Brescia> 역시 찬사를 표했다. 10년 만에 이 페스티벌에 나타난 마에스트로에 대한 반가움과 함께, “관객의 기나긴 박수에 정명훈과 서울시향은 윌리엄 텔 서곡의 마지막 부분을 선사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서울시향 투어의 레퍼토리가 진은숙의 두 협주곡과 20세기 음악이라고 할 때, 아무래도 이탈리아보다 엄정한 평가가 가능한 곳은 독일, 그중에서도 클래식에 관한 한 막강한 권위를 자랑하고 있는 베를린이라고 해야겠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도이체 심포니 오케스트라,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등이 번갈아 가며 공연을 펼치고 있는 도시이고, 그들 하나하나가 대부분 현대음악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곳 베를린의 유서 깊은 공연장 콘체르트하우스의 무대에 서울시향이 올랐다. 콘체르트하우스는 베를린 필하모니보다 낡고 음향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카라얀 시대에 지어진 필하모니보다 훨씬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샤우슈필하우스라고도 불렀던 그곳은 19세기 초반에 지어져, 칼 마리아 폰 베버의 <마탄의 사수>가 초연된 곳이기도 하다.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불화를 겪었던 지휘자 세르지우 첼리비다케가 1997년 그들과 화해의 콘서트를 가졌을 때 공연장으로 고집했던 곳도 필하모니가 아니라 콘체르트하우스였다.
서울시향은 이탈리아에 이어서 베를린에서도 매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역시 언론의 평가. 앞서 말했듯이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는 “세계 수준의 오케스트라”라고 평하면서 “서울시향은 이미 평판이 좋은 앙상블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콘체르트하우스에서 보여준 연주는 우리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우리가 들은 것은 분명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연주였다.”라고 썼다. 좀 더 길게 인용해보자.

“드뷔시의 <바다>가 시작하자마자 곧 수정같이 맑게 울리는 현악기 파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음향은 전체적으로 아주 선명하고, 모든 오케스트라 파트는 너무도 투명했다. 음향적으로 B급 정도 수준인 콘체르트하우스의 1층 앞좌석에서도 여유롭게 이 멋진 음의 향연을 즐길 수 있을 정도였다. 나지막하게 우르릉거리는 독일적인 음향 너머로 밝고 강한, 그러나 결코 크지 않은 사운드가 조화롭게 들려왔다. 또 방울방울 떨어지는 미세한 개별음의 움직임은 물론이거니와 거대한 파도를 일구어내는 전체의 움직임도 인지할 수 있었다. 이로써 바다를 스케치한 드뷔시의 관현악곡은 완연한 형상을 완성해냈다. 정명훈은 몇 년 만에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정교한 앙상블로 만들었다. 그의 지휘는 정확하고 세련되며 편안하다.”

이날의 공연에 대해서 <베를리너 차이퉁>은 더 긴 리뷰를 게재하고 진은숙의 두 협주곡을 깊이 다루었다. 이미 베를린에서 여러 번 연주된 바이올린 협주곡과 비비아네 하그너의 연주를 상찬했다.
“4악장 내내 바이올린이 거의 쉬지 않고 연주되지만, 이 바이올린 협주곡은 정작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의 색채가 맞부딪혀야 진정으로 생명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작품이다. 리듬은 정확하고 선명하게 살아 숨 쉬고, 음향은 항상 전체의 큰 그림을 놓치지 않고 그려내면서, 네 개의 악장은 마치 꿈의 실타래를 풀어내듯 아련하면서도 투명하게 흘러간다. 특히 비비아네 하그너가 그 난해한 하모닉스를 낭랑하면서도 풍성하게 울리게 하고 긴장감 넘치는 하모니와 음향의 굴곡으로 음악에서 언어를 자아내면, 우리는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 새로 연주한 생황 협주곡 <슈>에 대해서 “시간의 흐름, 음악의 형상, 표현 방식에서 볼 때 ‘유럽적인’ 바이올린 협주곡에 비해 훨씬 더 동양적이고, 세계무대에서 청중들의 이목을 끄는 데에도 성공했다.”고 평했다.
드뷔시와 라벨에 대해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진은숙의 두 작품 앞뒤로 연주된 드뷔시의 <바다>와 라벨의 <왈츠>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투명한 음향과 정교한 리듬이 돋보였다. 특히 <바다>의 연주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높은 수준이었다. 다만, 전체적으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현악기가 간혹 살짝 경직되거나 저음의 현악기가 제대로 지탱해주지 못하는 점이 좀 아쉬웠다. 아마 악기 편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음향이 지나치게 감싸듯 울리는 2층 관람석에 앉은 탓인 듯하다.”

 

서울시향, 문화 브랜드로서의 가능성 확인
뒤셀도르프와 에센에서의 찬사 역시 뒤로 하고 방문한 곳은 체코와 러시아였다. 프라하,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이 즐비한 곳이고, 이곳 역시 슬라브 정서가 강한 지역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도시였으나, 이 도시들에서도 공연은 대성황을 이루었다. 특히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음악감독으로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백야의 별 페스티벌>에서는 게르기예프가 직접 찾아와 공연을 관람했으며, 공연이 끝난 후에는 거의 모든 관객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음악이라는 공통언어의 위대함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번 투어는 17박 19일이라는 숫자가 보여주듯이 서울시향 단원과 스탭 모두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 기간에 완성도 높은 연주를 끌어내기 위해 단원들을 독려한 정명훈 예술감독의 풍부한 경험이 빛났던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서울시향의 이번 유럽 투어는 서울시향에게 많은 것을 준 소중한 기회였다.
첫째는 해외 시장에 대한 자신감 획득이다. 사실 이번 투어 중에서 서울시향을 가장 긴장시킨 곳은 베를린과 상트페테르부르크이다. 유서깊은 이탈리아의 페스티벌이나 뒤셀도르프의 슈만 페스티벌도 중요했지만, 앞의 두 도시는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으로 수많은 오케스트라가 번갈아 가면서 실력을 뽐내는 곳이다. 이곳에서 서울시향은 수많은 찬사와 기립박수, 훌륭한 리뷰를 얻었다. 이를 통해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서울시향은 더욱 진취적인 행보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둘째는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브랜드로서의 가치 확인이다. 매 공연 서울시향의 공연장은 각 나라의 일반 고객, 각 나라의 대사와 명사, 외교관이 만나는 사교의 장이었다. 이곳에서 그들이 보내준 서울시향의 연주에 대한 찬사는 서울에 대한 이미지와 문화적 가치에 대한 제고로 이어지고 있었다.
서울시향은 이를 바탕으로 더욱 활발한 국내외 활동과 레코딩 등의 부가적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으며, 더 좋은 아티스트들을 초청하고 아우를 수 있는 포지션을 점하게 되었다. 17박 19일의 유럽투어는 명실상부한 문화 브랜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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