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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코너] 잠자는 숲속의 미녀 (진회숙) 2010.07.07

동화 속 주인공들이 펼치는 환상적인 무대
차이콥스키 발레 음악<잠자는 숲 속의 미녀>

 

글_진회숙 음악 칼럼니스트
일러스트_심혜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달에는 차이콥스키 발레 음악 <백조의 호수>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번 달에는 <백조의 호수>와 함께 차이콥스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17세기에 활동했던 프랑스의 동화작가 샤를 페로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발레입니다. 샤를 페로는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외에 <빨간 두건>, <신데렐라>, <장화 신은 고양이>등 우리에게 친숙한 동화를 많이 쓴 작가로 유명하지요. 페로는 프랑스 남부 지방을 여행하다가 아주 오래된 성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그때 겨우내 얼어붙어 있던 성이 봄의 화창한 햇살을 받으며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이런 동화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환상적인 무대장치와 화려한 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하는 다양한 등장인물들, 어려운 기교를 요구하는 파랑새 춤, 화려한 왈츠, 그리고 오로라 공주가 추는 <장미의 아다지오> 등 볼거리가 풍부한 발레로 꼽힙니다. 주인공인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 외에 파랑새, 라일락 요정, 보석 요정, 노래하는 카나리아, 장화 신은 고양이, 늑대, 빨간 두건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지요.
막이 오르기 전에는 <서주>가 연주됩니다. 먼저 무시무시한 느낌이 드는 사악한 요정 카라보스의 주제가 나오고 이어서 8분의 6박자의 경쾌한 리듬을 타고 플루트와 잉글리쉬 혼이 착한 요정 라일락 요정의 주제를 연주합니다. <서주>는 이렇게 선과 악의 대결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요정의 저주로 100년 동안 잠이 든 공주와 성
이어서 막이 오르면 무대 위에 아름다운 성이 나타납니다. 17세기 프로테스탄 14세의 궁정입니다. 궁정에서는 이제 막 태어난 공주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의식이 열리고 있는데요, 공주의 이름은 ‘장밋빛 새벽’이라는 뜻의 ‘오로라’입니다. 장엄한 행진곡이 울리면 초대받은 손님들이 입장하고, 신하들은 손님들에게 일일이 좌석을 안내해 줍니다. 이어서 공주에게 축복을 내리기 위해 요정들이 우아한 왈츠를 추며 입장합니다. 공주가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간직하도록 해주는 아름다움의 요정과 우아함의 요정, 공주가 평생 굶주리지 않도록 해주는 빵의 요정, 공주의 감정을 지배하는 카나리아 요정, 건강을 지켜주는 건강의 요정 그리고 공주가 지혜를 잃지 않도록 해주는 라일락 요정이  등장해 자기가 가진 재능을 공주에게 선물합니다. 여기서 여섯 명의 요정들이 추는 짧은 춤은 요정 각자의 개성을 잘 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마치 작은 새가 재잘거리는 듯한 플루트의 빠른 선율에 맞추어 추는 카나리아 요정의 춤이 제일 인상적입니다. 이렇게 여섯 명의 요정들은 아름다운 춤으로 공주의 앞날을 축복합니다.
그런데 라일락 요정이 축복하고 퇴장하려는 순간, 갑자기 음악이 음산하게 바뀌며 악의 요정 카라보스가 등장합니다. 카라보스는 자기를 초대하지 않은 것에 앙심을 품고 공주가 16살이 되었을 때 뜨개질을
하다 손가락에 찔려 죽게 될 것이라는 저주를 내립니다. 그러자  라일락 요정이 공주는 100년 동안 잠을 자고, 그 후 사랑하는 왕자의 입맞춤을 받고 깨어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여기까지가 <서막>입니다.
이어지는 1막은 그로부터 16년 지난 후의 궁전입니다. 왕과 왕비의 보살핌 속에 공주는 어느덧 16살의 아름다운 처녀가 되었습니다. 궁정의 정원에서는 공주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파티에 초대된 마을 사람들이 서로 팔짱을 끼고 민속 무용을 춥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뜨개질바늘을 든 처녀들 발견합니다. 카라보스의 저주가 있은 후, 왕은 온 나라에 뜨개질  바늘을 비롯해 손에 찔릴만한 뾰족한 것을 모두 없애고, 만약 이것을 어긴 사람은 즉시 사형에 처한다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공주의 생일파티에 처녀들이 뜨개질바늘을 들고 나타난 겁니다. 왕은 화가 나서 처녀들을 모두 사형에 처하라고 명령하고, 그 소리를 들은 처녀들은 당황해서 용서를 빕니다. 급박하게 흘러가는 음악이 화가 난 왕의 모습과 이에 당황하는 처녀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왕은 처녀들과 왕비의 간청을 받고 곧 처녀들을 용서해줍니다.
사형 선고로 잠시 어두워졌던 분위기가 다시 밝은 파티 분위기로 돌아오고, 마을의 처녀 총각들이 함께 손에 꽃을 들고 왈츠를 춥니다. 이 왈츠는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전체 중에서 가장 유명한 왈츠입니다. 교향곡처럼 크고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화려한 왈츠곡입니다.
이 자리에서 네 명의 왕자들이 왕에게 공주와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바로 이때 오로라 공주가 등장합니다. 공주는 우아한 춤을 추면서 왕자들로부터 장미꽃을 받는데요, 이 대목이 바로 유명한 <장미의 아다지오>입니다. <장미의 아다지오>는 먼저 하프 전주로 시작합니다. 하프가 한참 화려한 선율을 자유롭게 연주하36고 나면 현악기들이 우아하고 서정적인 선율을 연주하는데, 이 선율이 맞추어 공주가 왕자들에게 차례로 꽃을 받지만 누구에게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 후 혼자 춤추던 오로라 공주는 어느 틈에 나타난 이름 모를 노파로부터 뜨개질바늘을 선물로 받습니다. 공주가 바늘에 찔려 춤을 멈추었을 때, 음악은 돌연 장조에서 단조로 바뀝니다. 공주가 쓰러지자 카라보스가 두건을 벗어 던지고 자기 정체를 드러냅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음악은 팀파니와 심벌즈, 금관 악기들의 음산한 화음과 리듬으로  무시무시한 장면의 극적인 분위기를 살리고 있습니다.
카라보스가 비웃음을 날리며 사라지고, 모두가 공주의 비운을 슬퍼하고 있을 때, 라일락 요정이 마법 지팡이를 들고 등장합니다. 그녀는 공주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잠이 든 것뿐이라고 하면서 성 안의 사람들을 모두 잠재웁니다. 성 전체가 잠에 빠져든 순간 나무가 솟아나 어느새 거목으로 변해 성을 덮습니다.

 

왕자의 입맞춤으로 잠에서 깬 공주와 활기를 되찾은 성
이어지는 2막은 그로부터 100년의 시간이 흐른 후입니다. 숲 속에서 사냥꾼의 뿔피리가 당당하게 울려 퍼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여기서 사냥꾼의 피리 소리는 혼이 연주하는데요, 예로부터 작곡가들은 사냥꾼의 피리 소리를 묘사할 때 혼이라는 악기를 즐겨 사용했습니다. 곧이어 데지레 왕자와 그 일행이 등장합니다. 데지레는 ‘희망을 주는 왕자’라는 뜻입니다. 숲에서 사냥을 즐기다 술래잡기 놀이와 춤을 추던 왕자 일행은 혼이 연주하는 뿔피리 소리를 들으며 숲을 떠납니다. 하지만, 왕자는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듯 숲에 혼자 남습니다.
바로 이때 음악이 바뀌고 하프 소리와 함께 라일락 요정이 등장합니다. 라일락 요정은 왕자에게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이야기를 들려주고,  공주의 환영을 불러냅니다. 왕자는 공주의 아름다움에 그만 넋을 잃고 맙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첼로 독주가 낭만적인 선율을 연주하는데요, 이것은 공주에 대한 왕자의 사랑을 그린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환영에 불과한 공주는 왕자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그냥 멀리 사라지고 맙니다. 공주가 왕자의 눈앞에서 사라지면서 음악도 서서히 사라집니다.
사랑의 포로가 된 왕자는 라일락 요정에게 다시 한번 공주를 보여줄 것을 간청합니다. 바이올린의 쫓기는 듯한 선율이 왕자의 초조한 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요정은 왕자를 진주껍데기로 만든 배에 태워 공주가 잠들어 있는 성으로 갑니다. 이어지는 <파노라마>는 진주껍데기로 만든 배가 물 위를 미끄러지듯 떠가는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하프 반주에 맞추어 연주하는 바이올린 선율이 물 위로 배가 유유히 떠가는 광경을 그림처럼 그리고 있습니다. 중간마다 들리는 하프 소리에서 출렁거리는 물결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암흑이 점점 밝아지면서 거미줄로 둘러싸인 성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왕좌 옆에 놓인 침대에 오로라 공주가 잠자고 있고, 주변에 각양각색의 포즈를 취한 신하들이 서 있는 채로 잠들어 있습니다. 왕자는 라일락 요정이 시킨 대로 오로라 공주에게 다가가 입을 맞춥니다. 그 순간 요란한 천둥소리가 울리고 잠자는 성 전체가 활기를 회복합니다. 왕자의 키스를 받은 공주는 잠에서 깨어나는데요, 이 부분을 작곡할 때 차이콥스키는 바그너의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에서 브륀힌데가 눈 뜨는 장면을 참고했다고 합니다. 잠에서 깨어난 공주와 왕자는 아름다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춥니다. 달콤한 바이올린 독주와 서정적인 첼로 독주가 공주와 왕자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전개됩니다.

 

동화 속 주인공이 함께 한 공주와 왕자의 결혼식
이어지는 3막은 성의 연회장에서 열리는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의 결혼식 장면입니다. 수많은 엑스트라가 등장하는 아주 화려한 장면이지요. 샤를 페로의 동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화 속의 인물들이 모두 등장해 보는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먼저 금의 요정, 은의 요정, 사파이어 요정, 다이아몬드 요정, 보석 요정이 나와 춤을 춥니다. 금의 요정은 빠르고 단순한 선율에 맞추어 춤을 추고, 은의 요정은 스타카토로 연주하는 경쾌한 왈츠, 사파이어 요정은 아주 빠르고 현란한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춥니다. 
보석의 요정들이 물러가고 나면 이번에는 샤를 페로의 동화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가 등장합니다. 고양이들은 아주 기묘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춥니다. 한 소절이 끝날 때마다 악기 전체가 마치 마침표를 찍듯이 귀에 거슬리는 화음을 “짠”하고 연주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오보와 파곳 소리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묘사한 것이라고 합니다. 
다음에는 역시 동화의 주인공인 파랑새와 플로리네 공주가 등장합니다. 앞에 나온 고양이의 음악은 조금 기괴한 느낌이지만 이 장면의 음악은 희망을 주는 파랑새처럼 밝고 화사한 느낌입니다. 플루트와 클라리넷이 이중주를 하는데요, 마치 나무 위에서 새들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같이 아름답습니다. 여기서 파랑새의 춤은 남성 무용수의 화려한 테크닉이 마음껏 발휘되는 부분으로 유명합니다. 공중으로 뛰어오른 다음 경쾌하고 빠르게 다리를 흔드는 동작이 인상적입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빨간 두건과 늑대가 나옵니다. 처음에는 목관 악기들이 스타카토로 빠른 음형을 연주하는데요, 마치 늑대에게 쫓기는 빨간 두건의 초조한 마음을 묘사한 것 같습니다. 이어서 음악은 악기 전체로 옮겨갑니다. 이 부분 역시 처음처럼 긴박하게 움직입니다. 빨간 두건을 잡으려는 늑대와 도망치는 빨간 두건의 모습이 실감 나게 그려져 있습니다.
동화 속 주인공들의 행렬은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신데렐라와 왕자, 엄지 동자와 그 형제들, 사람 잡아먹는 귀신들에 이어 마지막에 주인공인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가 등장해 러시아 민요를 기반으로 한 우아하고 아름다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춥니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은 웅장하고 화려한 팡파르와 <앙리 4세를 위한 찬가>로 끝을 맺습니다. 오로라 공주가 바늘에 찔려 잠들었던 시대가 바로 앙리 4세 시대이고,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후가 바로 샤를 페로가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쓴 루이 14세 시대입니다. 차이콥스키는 음악의 마지막에 100년 전 프랑스를 다스렸던 앙리 4세를 찬양하는 노래를 집어넣음으로써 이 이야기가 100년 전에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착한 요정 라일락에 대한 감사와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의 행복한 결혼을 축하하면서 성대하게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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